두바이는 개뿔
이 글은 아래 글에 이어지는 글이다. 참고로 요즘 시간 좀 많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간단히 배경 설명을 하자. 마이클 포터라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오래전 국가의 경쟁전략이라는 말로 더 유명하다. 이게 무슨 말인고 하면, 일본이 잘 나갈 때 열받은 미국 경제학자들이 모여서 왜 일본이 잘 나가는지 연구를 했는데, 연구를 하고 나서 보니 과거의 모델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어떻게 잘못되었냐 하면, 과거에는 경쟁의 단위가 기업 또는 넓게 보아봐야 산업단위였다. 그런데, 국가 수준에서도 경쟁력 요인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 말을 더 잘 이해하자면, 제도주의 경제학에서 말하는 거래비용이라는 말을 이해해야 한다. 그럴 듯해 보이지만, 따지고 보면 발상은 간단하다. 과거에는 생산력을 결정할 때 간단히 투입과 산술로 사칙연산을 하면 된다는 입장이었는데, 생각해보니 그게 아니라는 것이었다. 즉, 산출/투입을 했을 때 똑같은 두 개의 회사가 서로 다른 경쟁력을 보인다. 왜 그럴까? 거래비용 이론에 따르면 그건 거래에는 비용이 따르는데, 그 비용이 국가별로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계약을 위반했을 때 이행을 강제하는 비용, 계약을 체결하는 비용 등등의 다양한 비용이 있는데 (잘 모르는 애들은 이걸 그냥 물류 비용 정도로 이해한다. 그게 틀렸다는 것은 아니고, 그보다는 좀 더 범위가 넓다는 것이다.) 그 비용이 그 두 회사가 처한 환경에 따라 크게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걸음 더 나가자면, 회사가 처한 환경이 하나의 생태계라는 이야기이고, 생태계의 차이에 따라 생명들이 적응하듯이 회사도 적응한다는 것이다. 이런 입장에서 보자면 한국에서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을 보면, 다음과 같은 논리로 설명이 가능하다.
- 한국에서는 선진국보다 거래비용이 높다. 즉, 계약에 대한 위반시 이행을 강제하는 비용이 너무 높으며 어떨 때에는 차라리 다른 거래처를 찾는 것이 나을 경우도 많다.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수시로 도산한다.
- 한국의 기업으로서는 거래비용을 내재화하는 것이 이런 경제적 환경에 더욱 잘 적응하는 것이다. 거래비용을 내재화한다는 것은 쉽게 말해서 하청 등을 줄 때 자기 사람에게 맡김으로써 그런 불확실성을 해소한다는 것이다.
- 그러므로, 한국에서는 거래비용에 대한 반응으로 기업들이 문어발식 확장을 하는 것이다.
이제 두바이 이야기를 해 보자. 우리나라에서 요즘 두바이가 뜬다. 모두들 두바이 이야기이다. 왜 그럴까? 아래 글에서 이야기한 토마스 프리드만은 두바이는 중동에서 가장 민주화된 나라인데, 그 이유는 이 나라에서 석유가 빨리 고갈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석유라는 것은 민주주의의 적이다. 왜냐하면, 석유를 가지고 있는 나라에서는 국가가 석유 판매를 통해서 돈을 벌고, 이걸 국민들에게 나누어주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세금 등의 형태로 치사하게 삥뜯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석유가 빨리 고갈된 두바이로서는 국민들에게 치사한 짓을 할 수 밖에 없었고, 그래서 국민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가장 선진적인 민주화를 가장 빨리 이룩했다는 것이다.
이 주장의 진위는 둘째치고, 한국에서 정치인이나 기업인들이 두바이 이야기를 해대는 것은 선진적인 민주주의 때문은 절대로 아닐 것이다. 그 이유는 두바이가 아프리카와 유럽 등을 연결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두바이에서는 물류를 경쟁전략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이것도 위 이야기와 무관하지는 않은 것이 석유가 떨어지고 나면 뭔가 다른 먹고 살 거리를 찾아야 한다. 그래서 두바이에는 관세 등의 세금이 거의 없다시피하고, 들은 말로는 장물이 콘테이너 단위로 돌아다닌다고 한다. 전세계에서 유통되는 물건이라면 못구할 것이 없다는 식으로... 아마 이런 이유로 해서 한국의 정치인들이나 기업인들이 두바이에 자주 간 것은 아니라는 소망은 있지만... who knows?
어쨌든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두바이의 성공은 이런 물류의 성공 때문이다. 서점에 가 보면 두바이의 모델을 따라 하자고 모두들 난리이다. 또 우리의 심시티 매니아께서도 여기에 직간접적으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운하건 뭐건 그게 유일하게 말이 되는 국가의 경쟁 전략은 한국을 하나의 물류 센터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을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일본과 미국 등을 연결하는 하나의 다리로 삼자는 이야기인데...
그러면, 국민들은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하는가? 한국이 물류 중심지로 자리잡았을 때 창출할 수 있는 부와 일자리가 한국 국민들이 먹고 살기에 충분할 것인가? 과연 이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는 사람이 있기나 한걸까? 심시티 매니아께서는 (선관위 규정 때문에 이름을 쓰지 않는 것은 절대로 아니고, 수사학적으로 보기가 좋아서 ^^;;) 추진력이 있고 건설에 대해서는 한가닥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걸 만들어 낼 것이라는 점에는 추호도 의심이 없다. 그렇지만, 성공하고 나면 우리는 어떻게 되는가? 뭘로 먹고 살아야 하는가?
아래 글에서도 말하고 싶었던 것처럼, 한국을 IT의 선진국으로 만들겠답시고 온갖 쿨해보이는 정책은 다 했지만, 결국 남은 것은 잘 나가는 인프라 (그것도 경쟁력이 점차 밀리고 있지만), 여러가지 벤처 인센티브와 벤처로 돈을 벌 여러가지 창조적인 (이라고 쓰고 "비정상적이고 비경제적인"이라고 읽는다) 방법들, 그리고 골치 아픈 IT 인력 문제 밖에 없다.
느껴지는 것은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이건 아니다 싶으니 (그러니까 IT 강국이라는 것이 빵빵한 광케이블과 커피숍보다 숫자가 더 많은 PC방과 잘 나가는 프로게이머들만 양산하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 - 솔직이 지금은 알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이제 전략을 수정하여 한국을 세계 물류의 중심지로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은 아닌가 모르겠다. 그냥 추측이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먼저 해야 하는 것은 왜 한국의 IT 산업이 실패작인지 냉정하게 따져 보아야 한다. 한국의 IT 산업이 실패작이라는 것은 IT 산업의 노동분업 속에서 마치 제조업과 마찬가지로 미국 유럽 등지의 선진국의 하이엔드 마켓과 인도, 남미, 중국 등지의 로엔드 마켓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되었다는 것이다. 두바이 이야기를 떠벌려 대는 것이 어쩌면 이런 실패에 대하여 눈을 감고 다시 또 다른 쿨한 산업 정책이나 한 번 해 보자는 도박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어쩌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IT 산업의 마켓 세그먼테이션에 대하여 차분하게 앉아서 공부좀 하고 무엇이 하이엔드 노동시장과 로엔드 노동시장을 나누는 것인지 생각좀 해 보자는 것이다. 아무리 공부하고 생각하는 것이 경쟁력이 아니고, 생각하고 공부한다고 해서 돈 한 푼 주는 사람 없는 사람들(이라고 쓰고 정치인과 재벌이라고 읽는다)이라고 할지라도... 결국 우리가 두바이 모델을 따르자는 것은 앞으로 중국이 잘 나갈 것 같으니까 여기에 빌붙어서 삥이나 뜯어서 먹고 살자는 이야기로 밖에는 들리지 않는다. 나에게는.
어쩌면 이 문제는 앞으로 한 동안 쓰게 될 것 같다. 지겹고 재미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패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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