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워 현상
나는 어디가서 영화 이야기를 하면 무식하다 소리 듣는다. 그런 것은 공부해 본 적도 없고, 관심도 없다. 그냥 재미있게 보면 그만이고 아니어도 그만이다.내가 가장 감동깊게 본 영화는 매트릭스, 쿵푸허슬, 새벽의 황당한 저주 등등이다.
그리고, 아직 디워는 보지도 못했다. 어제 했다는 진중권이 나왔다는 토론도 못봤다.
그렇지만, 왠지 디워에 대해서는 글을 한 번은 써야 할 것 같았다. 그 이유는 왠지 ... 이것에 대해서 쓰지 않으면 뭔가 한국의 블로그계에서 소외된 것 같기도 하고, 뭔가 나만 가만히 있는게 좀 바보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좀 심심하기도 하고... 어쨌든 그렇다.
그렇지만, 이것은 영화 이야기는 아니다. 여기서까지 무식하다 소리 들으면... 그냥 이건 인터넷 이야기라고 하자. 그냥 한국 이야기라고 하자. 그냥 헐리웃 이야기라고 하자. 그냥 내가 정리하는 차원에서 쓴 것이라고 하자. 밤에 날씨도 덥고 잠도 안오고 그런데 어딜 가나 이 이야기 밖에 없으니...
1. 인터넷 이야기
몇년 전 이라크전이 났을 때 사람들이 전쟁이 갈수록 잔혹해진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리고 이걸 증명이라도 하듯이 마구 잔인한 사진과 동영상과 증언과 이런 것들이 언론과 인터넷을 가득 채웠다. 그건 물론 이라크 전쟁이 잔혹했다는 말은 되지만, 나는 베트남전이나 한국전이나 아니면 2차대전이나 뭐 이런 과거의 전쟁에 대해서 그런 생생한 증언과 사진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게 얼마나 "더" 잔혹해 진건지 알 수가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디워 이야기가 나오고 무슨 이야기가 나오고 무슨 빠가 나오고 하면 사람들이 요즘들어 갑자기 미쳐서 날뛰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그게 과연 그럴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것도 일종의 롱테일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과거에는 큰 소리를 내지 못했던 사람들이 여기저기 흩어져서 자기네들끼리 속삭이다가 갑자기 인터넷과 블로그와 댓글과 이런 새로워진 공론의 장이 생기자, 갑자기 공론의 롱테일이 생긴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어쩌면 옛날과는 달리 사람들이 갑자기 과격해졌다거나 또는 남들과는 다른 생각 내지는 함부로 이야기하지 못했던 생각을 요즘들어서 자주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단지 옛날에는 그런 이야기들을 내가 들을 수 있는 거리에서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다. 진중권씨도 이런 비슷한 말을 한다. "평론가는 항상 기준에 따라 평가를 해왔는데 유독 이번에 난리가 났다." (Yahoo! 미디어)
디워가 과연 한국 영화계의 희망인지 하는 것에 대해서 100분토론에 나와서까지 이야기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그렇지만, 적어도 나는 MBC에서는 이렇게 갑자기 바뀐 공론의 장에 대해서 나름대로는 귀를 귀울이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혹은 뒤집어 이야기하면 주제 선정과 관련하여 공론의 롱테일 때문에 왜곡된 (또는 이제야 바로 잡힌) 공론의 장에 대해서 아직 방향감각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혹은 이제야 제대로 잡았는지) 하는 생각이 든다.
2. 진중권씨 이야기
나는 진중권씨가 누군지 모른다. 어쩌면 옛날에 대충 읽었던 "미학 오디세이"라는 책을 썼던 사람일까라고 생각은 하지만, 뭐 귀찮아서 찾아 보기도 싫다. 그런데, 그는 미학계에서는 권위가 있고 말빨 좋기로 소문난 사람이라고 한다.
생각해 보자. 내가 어떤 분야에서 좀 유명세를 타고 말빨도 좋다고 알려져 있는데 100분 토론같은 곳에 나와서 내가 잘 아는 분야에 대해서 이야기해 달라고 하면, 나라면 나가서 100분 동안 찬양대회나 하고 오겠는가? 전문가의 생명은 비판적 사고이다. 그는 자기에게 마이크가 주어지면 비판적으로 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있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이런 말을 한다고 해서 내가 그가 한 말에 대해서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정확히는 모른다. 그저 인터넷 여기 저기 요기 조기서 조금씩 줏어 들었을 분이다. 솔직이 좀 그래도 그 분야에서 잘 나가는 사람이 한 이야기치고는 헛점도 많고 어수룩하다. 예를 들어서,
- 이야기는 진짜 허술하다. 주인공이 하는 일이 없다: 트랜스포머는? 물론 트랜스포머도 똑같다. 그렇지만, 어쩌면 이 양반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그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헐리웃화되 간다는 것... 그렇지만, 무엇을 기대했는가?
- 데우스 엑스 마키나: 정확히 이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정교한 논리/미학 구조를 따라가는 철학 논고를 보러 영화관에 가지는 않는다. 그러려먼 차라리 책을 읽는다. 나는 영화관에 갈 때는 이미지의 흐름을 보러 간다. 예를 들어서, 바톤 핑크 같은 영화를 보면 논리적으로는 전혀 말도 안되는데 이미지로 보면 기가 막히다. 나는 새로운 시청각 경험을 하러 영화관에 간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가 그 말을 했다고 해서 모든 영화 감독이 따라야 하는가? 나는 아리스토텔레스고 뭐고 관객에게 새로운 시청각 경험을 줄 목적으로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적어도 한 명 이상은 있다고 생각한다.
- 애국 코드, 민족 코드, CG 국산화에 대한 자부심, 심형래 감독의 인생역전 코드: 이게 뭐가 어때서? 애국심 마케팅 어쩌고 하는데, 애국심 마케팅 하면 안된다는 법이라도 있는가? 이게 비윤리적인 행위인가? 물건 만들었으면 팔아야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리고, 그게 기분나쁘면 안 속으면 그만 아닌가?
3. 헐리웃의 논리
CGI도 모르겠다. 영화도 보지 않았고... 하지만, CG가 감독의 영화에 관한 통제권을 많이 약화시키고 이원화시키며, 이걸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 큰 일이라는 이야기는 자주 듣는다. CGI 예산만 디워의 순제작비에 거의 육박하는 300억씩 쓴 터미네이터는 여기서 말아 먹었고 1300억짜리 스텔스나 1200억짜리 아일랜드도 본전도 못 뽑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헐리웃에서 위험을 무릎쓰고 이걸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서 성공하면 조지 루카스의 모범을 따라 프랜차이즈와 장난감과 게임과 이런 것으로 큰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The Schizoid Split in Movies 참고) 이런 점에서는 심감독의 디워가 얼마나 헐리웃 모델을 충실히 따랐는지 하는 것은 아직 잘 모르겠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헐리웃 CGI는 CGI로만 구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 정도이다.
그렇지만, 제작비만큼은 헐리웃 수준이다. 예산만 가지고 본다면 솔직이 헐리웃 진출을 한 셈이다. 그렇지만, 헐리웃 기준에서 보자면 투자 측면에서는 이건 실패작이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진중권씨가 했다는 다음의 이야기 때문이다.
"... 조지루카스하고 스필버그가 되겠다는 건데, 한국... 저기서...충무로 내에서 소화될 수 있는 목표가 아니거든요. 그래서 이 블록버스터 전략이라는 것이 과연 옳은 지는 좀더 두고 봐야돼요... 미국 시장에서 결판이 나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뭐냐 하면, 우리보다 경제력이 몇 배인 독일이나 프랑스라든지 이런 데서도 그런 시도는 못하고 있단말이에요. 나름대로 자기들 시장에 대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고 있는데.. 심감독이 이걸 엎고 한단 말이에요. 그래서 대중들이 여기에 호응하는 거에요. 그 다음에 저는 이게 좀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돈을 버는지 아닌지는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닙니다. 이건 분명히 미국 시장에서 이게 돼야 하고, 미국 시장이라해도 한인 교포들도 있고 괴수 매니어들도 있고, 등등등등... 그리고 1500개 이상을 했다고도 하니까 기대를 갖고 지켜봐야 되는데, 아직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아니구요..." (진중권의 패배주의적 발언의 진실)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진중권씨에 대해서도 심형래씨에 대해서도 나는 어떤 악감정도 없다. 그런데, 헐리웃 흥행의 진실에 대해서 좀 많이 모른다 싶어서 이 이야기는 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 이야기 때문에 이 글을 쓴 셈이다.) 조지 루카스나 스필버그는 영화 잘만드는 기술만 가지고 조지 루카스가 되고 스필버그가 된 게 아니다.
한 마디로 하자면, 한인 교포고, 괴수 매니어고, 1500개 박스 오피스고 뭐고 간에 그걸로만 승부하면 이건 그냥 끝난 게임이다. 디워는 헐리웃에서는 "적어도 경제적으로는" 실패작이다. 헐리웃에서 어떻게 돈을 버는지 다음의 표를 보라. (1억 달러 기준. 출처: How Studios Make Money)
연도 극장수입 비디오/DVD 유료TV 무료 TV 총계 극장의 비율(%)
1948 6.9 0 0 0 6.9 100
1980 4.4 .2 .38 3.26 8.31 55
1985 2.96 2.34 1.04 5.59 11.9 25
1990 4.9 5.87 1.62 7.41 19.79 22
1995 5.57 10.6 2.34 7.92 26.53 20
2000 5.87 11.67 3.12 10.75 31.41 19.5
2003 7.48 18.9 5.56 11.4 41.2 17.9
(지금 시간 새벽 4:40분, 졸려 죽겠는데, 이제야 티스토리 편집기에서는 표 그리기가 안된다는 사실을 깨닫다니.. 아 짜증나)
지금은 1948년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박스 오피스에서 대박을 터뜨려 봐야 헐리웃 스튜디오에서 먹는 돈은 총수익의 17.9%이다. 이걸 다르게 이야기하면, 2004년 6개 주류 스튜디오 (디즈니, 팍스, 워너 브라더스, 파라마운트, 유니버셜, 소니)는 전세계 박스 오피스에서 순손실 약 2조원 가량이다. 실질적으로 손실을 만회하고 수익을 내는 곳은 비디오와 DVD 시장이다. 위의 스튜디오의 경우 비디오/DVD로 번 돈이 14조원 정도라고 한다. 그리고, TV에서 번 돈은 16조원 정도, 그리고 TV의 경우에는 비용도 안든다. 심지어는 광고비도 TV 회사에서 지급한다. (Hollywood's Profits, Demystified, 2004 MPA Consolidated Television Sales Report)
위의 글에서도 이야기하는 것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드림웍스 같은 독자적인 케이블 채널이 없는 독립 스튜디오들은 박스 오피스 히트작이 여럿 있어도 살아 남기도 빡빡하다.
정리하자면, 헐리웃에서 박스 오피스는 손해보기 장사이다. 잘 하면 거기서 낸 손해를 비디오나 DVD를 팔아 만회하고 돈 좀 챙길 수 있다. 그리고, 자기 채널이 없으면 그걸로 끝이다. 그리고, 나는 영화를 보지 않았지만, 디 워로 모든 영화제작자들의 꿈인 프랜차이즈/장난감/게임이 가능할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지적하자면, (뭐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독일이나 프랑스에서도 그런 시도는 못하고 있다는 부분에 대한 이야기인데... Lara Croft: Tomb Raider 같은 영화가 국적이 독일이라는 사실은 아시는지? 이것 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파라마운트 제작 영화는 득일 국적이다. 이것은 독일 세법상의 구멍을 활용하는 조세 회피 차원에서 그렇게 하는 것이지만, 어쨌든... (How to Finance a Hollywood Blockbuster에 따르면 이 조항 덕분에 파라마운트에서는 순제작비 870억 가운데 실제 쓴 것은 70억 이라는 말씀) 이 이야기를 굳이 하는 이유는 요즘 같은 세상에 국적 따지기는 무슨 의미가 있는지 싶어서...
결론을 내자면 진중권씨, 이해는 하지만 좀 더 수준 높은 비평을 했으면 한다. 그리고, 애국심 마케팅 그거 말짱 꽝이다. 우리나라에서 애국심에 호소하는 것 중에 실속 있는 것 있었던 적이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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