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가 공유재라고?
티스토리의 비극/공유재의 비극이라는 글을 읽고, 처음에 나는 무슨 KT 같은 곳에서 P2P를 질식사시키려고 만든 조잡한 논리라고 생각했다. Econoblog은 가끔씩 가 보는데, 그냥 경제학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 정도라고 생각했었는데, 이건 뭐.. [비밀댓글에 따라 자체검열]
위 글을 요약하자면, 티스토리 문제 (트래픽 문제 등등)가 생기는 이유는 티스토리가 공유재이기 때문인데, 공유재의 비극을 해결하려면 하딩이 주장하듯이 사유화하고 하딩이 주장하지 않듯이 자정노력을 촉구하는 것이라는 이야기인데... 상상해 보라. KT에서 우리가 쓰는 트래픽이 공유지의 비극을 낳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해법으로 공유기의 사용을 제한하고 추가 비용을 받겠다는 주장한다면? 이런 주장에는 몇 가지 심각한 오류가 숨어 있는데, 첫째는 우리는 이미 돈을 내고 있기 때문에 공유기 사용이 공유지의 비극을 낳는다는 이야기는 말이 비슷하다고 해서 그냥 갖다 붙인 이야기일 뿐이라는 것이고, 둘째는 공유기의 사용을 방지하면 공유지의 비극(굳이 그렇게 이야기하자면) 그러니까 과도한 트래픽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인데... 내 친구 중에는 공유기를 사용하는 친구가 많지만 그 이유는 트래픽을 많이 쓰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그냥 어디서나 자기가 돈주고 산 트래픽을 사용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니까, 다른 말로 하면 공유기의 사용과 문제(과도한 트래픽) 사이에는 직접적인 연관관계가 없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것이다.
이건 뭐 말도 안되는 주장이지만, me2 친구의 부탁에 따라 좀 길고 어려운 글을 쓰자면, 이건 뭔가 말도 안되는 몇 가지 핵심 가정을 가지고 있다.
- 티스토리는 (증가가 불가능한) 제한된 자원이다.
- 티스토리는 사유재산이 아니다.
- 티스토리는 공공재이다.
- 티스토리 문제는 기술적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따져보기 전에, 먼저 공유재의 비극이라는 개념과 이 개념을 공유재의 문제에 결부시킨 하딩의 논문 (html 및 pdf)을 정리하고 시작하자. 나름 아주 재미있는 논문이다. 하딩은 미국의 생물학자인데, 1968년 그 유명한 논문을 썼다. 그는 또 selfish gene에서 이야기하는 "Nice guys finish last"라는 말로도 유명하다. 논문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인구 문제와 환경오염의 문제는 공유지의 비극의 문제인데, 여기에 대한 가장 효율적인 해법은 공유지의 사유화라는 것이었다. 아주 흥미로운 논문이니까, 한 번 정리해 보자.
- 이 세상에는 기술적인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들이 있다. 기술적인 해결이 가능한 문제란 과학적/공학적/기술적인 방식으로 인간의 도덕성이나 가치체계를 바꾸지 않고 (그러니까 사회과학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핵경쟁, 인구, 환경오염 등등이 있다. (게임 이론)
- 이런 문제가 생기는 이유는 인구문제에 집중하자면 자원이 유한하기 때문이다. 경제학의 출발점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벤담의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은 달성할 수 없는 목표이다. 그 이유는 폰 노이만과 모겐스턴의 게임 이론에서 이야기하듯이 "둘 이상의 변수를 동시에 극대화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고, 쉽게 말하자면 최대 행복을 원한다면 향유자의 숫자를 줄여야 하고, 최대 다수를 행복하게 하자면 행복에 대한 기대치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시장 실패).
- 왜냐하면, 공유재를 과잉사용할 때의 이득은 자기가 갖지만, 비용은 사회 전체에 분산되어 공동부담하기 때문이다.
- 해결방법은 사유화 또는 사용의 규제이다.
- 자제의 촉구는 해결방법이 아니다. 다윈이 든 예를 들자면, 인구 증가 억제를 위하여 자제를 호소할 때 그 장기적인 효과는 어떻게 되는가? 실제로 자제를 한 착한 개인의 개체수는 장기적으로 줄어들고, 자제하지 않는 개인의 개체수는 증가하므로, 장기적으로 보면 양심불량인 사람들만이 자연선택에 의해 선택된다. 도덕성에의 호소도 해답이 아니다. (니체는 "양심불량은 질병이다"고 말했다고 한다.)
- 불완전한 대안이 있을 때 사람들은 행동하지 않는 경향이 있으므로, 불완전한 대안을 선택하지 않고 현상유지를 하면서 더 나은(완벽한) 대안을 기다리는 경향이 있는데, 현상유지도 하나의 대안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따라서, 불완전한 대안(사유화)이라도 선택하는 것이 낫다. 사유화(enclosure)는 다른 사람의 자유를 필연적으로 제한하지만, 이것만이 더 나은 대안이라면 어쩔 것인가?
대충 위와 같은 이야기이다. 읽어 보면 아주 재미있다. 어쨌든 위 글의 이야기로 넘어가자면...
1. 티스토리는 제한된 자원인가?
여기에서 티스토리라고 하는 것은 좀 더 정확히는 티스토리의 트래픽, 용량 등등을 말하는 것이다. 티스토리는 늘어날 수 없는 제한된 자원인가? 그러니까, 다른 말로 바꾸어서 물어보자면, 네이버 블로그는 50개의 제한된 (더 이상 확장이 불가능한) 자원을, 다음 블로그는 30개의 제한된 자원을 그리고 티스토리는 10개의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있는 식으로 해서 한국의 블로그계 전체가 향유할 수 있는 공짜 블로그의 총량은 100개로 제한되어 있다고 말한다면 이게 맞는 이야기일까? 웃긴다. 디지털 "경제"라는 이야기를 할 때 사람들이 가장 먼저 하는 말이 경제학의 가장 큰 전제인 "제한된 자원"이라는 이야기가 "디지털" 환경에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이야기 아닌가? (이건 물론 좀 다른 문제이지만). 용량은 얼마든지 늘일 수 있는 것이다.
2. 티스토리는 사유재산이 아닌가?
다음에서 웃겠다. 법원에 가서 그렇게 이야기해보라. 이게 공유재라면 왜 우리는 티스토리를 사용하기 전에 약관을 읽고 거기에 동의해야 하는가? 다음에서 티스토리에 더 많은 자원을 넣지 않는 이유는 아직까지 이게 어떻게 돈되는 장사인지 (애드센스 등등을 통해 블로거들에게 가는 돈 말고, 다음의 호주머니에 들어오는 돈) 하는 것을 깔끔하게 정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게 돈이 된다고 하면 이 "제한된" 자원의 양을 늘이기 위해 다음에서 쓸 용의가 있는 돈은 (경제학적으로 말하자면) 이걸로 벌어들일 수 있는 돈 전체 빼기 1원 정도 될 것이다. 정의상, 사유재산이 공공재나 공유재라고 말하는 것은 형용모순이다.
3. 티스토리는 공유재인가?
인용:
경제학에서는 티스토리의 경우처럼 모든사람이 공유하고 사용함에 있어서 그 어떤 배제(비배재성)나 경합을 하지 않는(비경합성) 소비재를 일컬어 공유재라고 합니다. 이를테면 환경자원과 같은 것을 예로 들수 있습니다. 공기와 같은 환경자원은 무한합니다. 공기를 호흡함에 있어서 그 어떤누구도 권리를 배제당하거나 경쟁적으로 다투지 않아도 됩니다.
이건 틀린 말이다.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경제학에서는 비배제성을 가진 모든 것이 비경합적이거나 그 역이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위키피디어의 표를 간단히 옮겨 오자면,
| 배제가능 | 배제불가능 | |
| 경합적 | 사유재 | 공유재 (물, 고기, 사냥) |
| 비경합적 | 집단재 (케이블 TV) | 공공재 (국방, 무료TV, 공기) |
한 마디로 티스토리 (또는 티스토리의 용량, 트래픽)은 비배제성은 있지만, 비경합성은 없다. 누군가가 트래픽을 너무 많이 쓰면 다른 사람들은 피해를 입는다. 그리고, 사실 공유지의 비극이 생기는 곳은 공공재가 아니라 공유재이고, 그 이유는 바로 여기에서는 "경합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다른 말로 하자면 특정 스팸플로그의 과도한 트래픽 사용과 티스토리의 다운은 비배제/비경합적인 공공재의 독식에 따른 외부효과가 아니라, 바로 경합성 때문에 생기는 것이고, 이런 것을 바로 공유재의 비극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좀 더 깊게 들여다 보자면, 경합재에는 내구재(망치)와 비내구재(사과)가 다 포함된다. 경합성이라는 것은 동시적인 사용이 불가능할 때 생기는 문제이다. 그러니까, 과도한 트래픽 때문에 내 티스토리에 접속이 불가능하더라도 (즉 나중에는 다시 복구된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티스토리가 제공하는 트래픽이 일종의 내구재이기 때문이지, 이런 특징 때문에 티스토리가 비경합재라고 말하는 것은 ... 좀 바보같아 보인다.
한 걸음만 더 나가 보자. 이건 별로 상관은 없는 이야기이지만, 나름 흥미로운 이야기니까...
공유지의 비극 이외에 사유재산/사유화를 옹호하는 주장에는 로크의 "무해의 원칙(harm principle)"의 확장판이 있다. 이건 무슨 말인고 하면 로크의 무해의 원칙이라는 것은 "남에게 해가 되지 않는 범위내에서는" 무슨 짓을 해도 나라에서 상관할 바가 아니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동성애, 자동차 안전벨트 등등...
이 이야기를 확장하여 사유재산에 대해서도 다른 사람에게 해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라면 사유재산도 정당하다고 하는 주장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러니까 내가 땅을 (예를 들어) 소유하고 나서도 다른 사람을 위한 땅이 충분하다면 사유화는 정당하다 (또는 적어도 나라에서 간섭할 문제는 아니다)고 하는 이야기이다. 이 이론은 아마 미국 개척시대에는 꽤나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100명이 가질 수 있는 땅이 있고 각자 정해진 분량만 갖는다고 생각해 보자. 그러면, 첫번째 사람이 땅을 가지는 것은 정당하다. 그리고 두번째 사람도, 세번째 사람도... 왜냐하면 다음에 오는 사람이 가질 땅이 충분하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비판은 다음과 같다. 이 이야기를 뒤집어서 거꾸로 올라가자면, 100번째 사람은 땅을 가질 수 없다. 왜냐하면 그가 소유하고 나면 101번째 사람은 가질 땅이 없기 때문에. 그렇다면, 한 걸음만 더 나가보자. 100번째 사람이 땅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은 99번째 사람이 땅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99번째 사람은 100번째 사람에게 해를 끼친 것이므로 그도 땅을 가질 수 없다. 98번째 사람도, 97번째 사람도... 이런 식으로 역산해서 나가다보면 결국은 첫 번째 사람도 땅을 가질 수 없게 된다. 왜냐하면, 그는 두 번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사유화"란 본질적으로 어쩔 수 없이 타인의 권리의 침해임을 이야기하기 위한 것이다. 티스토리 문제 뿐만이 아니다. 위의 KT의 공유기 사용 요금 문제의 예로 다시 돌아가 보자. 만약 KT에서 이런 멍청한 주장을 한다면, 그러니까 공유지의 비극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사유화의 일환으로 공유기 사용에 대하여 요금을 부과하겠다고 주장한다면, (이게 공유지의 비극의 문제라고 치고) 첫 번째로 드는 생각은 "왜 공유지의 비극의 문제를 해결한 결과가 (내 지갑이 아니라) KT의 지갑에 돈이 쌓이는 것일까?"라는 것이다. 그리고, 조금 더 멀리 나가자면, 전파나 인터넷 회선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공공재인데 (공공재의 성격을 강하게 띠는데), 애초에 이것을 사유화한 결과가 KT인데, 이것은 과연 얼마나 타당한 것인가 하는 좀 더 본질적인 질문이 떠 오를 것이다.
4. 티스토리 문제에 대한 기술적인 해결은 불가능한가 (그러니까 공학적 해결은 불가능하고 사회과학적인 해결만이 유일한 방법인가)?
말도 안된다. 티스토리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다음에서 투자를 늘이고, 트래픽을 늘이고 용량을 증설하는 것이다. 그리고, 요즘 다음에서 하고 있듯이 약관을 위반하는 양심불량 블로그를 조직적이고 효율적으로 퇴출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방법이라면 메타블로그에서 이런 양심불량 블로그의 영향력을 획기적으로 줄임으로써 양심을 판 대가가 아주 적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안(못)하니까 문제이지만, 여기에 사유화라는 문제를 들이미는 것은 그냥 상상력의 과잉의 결과일 뿐이다. 전제라면, 다음에서 그렇게 하려면 티스토리를 통해서 돈을 벌 수 있어야 한다는 건데, 그걸 미리 깊이 생각하지 않고 일단 사고를 친거야 다음측의 문제라고 하더라도 (일단 무슨 수를 써서라도 트래픽을 끌어 모으면 자동으로 돈은 생긴다는 발상. 이런 발상을 비판하는 데에도 웹 2.0이 이야기하는 웹 1.0의 트래픽 지상주의가 사용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여기서 내가 하고싶은 말은 티스토리 문제에 대한 가장 쉬운 해결책은 사회과학적인 해결이 아니고 공학적인 해결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가자면 다음에서 공학적인 해결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도록 경제적인 인센티브를 갖도록 만드는 것이다.
[추가: 어떤 의미에서는 다음 측에서는 블로거들에게 이런 자원을 제공함으로써 다수의 블로거들이 티스토리와 운명을 같이하는 운명공동체로 만들고 이를 통하여 막강한 (막강할 수도 있는) 동맹군을 만든다면 그것 자체로도 큰 소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막상 티스토리가 불안정해지니 이제 티스토리를 안정화하기 위하여 어떤 기술적 대책을 세워야 하고, 어떻게 다음에서 경제적 인센티브를 가지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운명 공동체로서 같이 걱정해 주는 다수의 블로거가 있는 셈이니까...]쓰고 나서 보니, 뭐 이렇게까지 심하게 쓸 필요는 없었을 것도 같지만, 뭐 개인적인 악감정이나 그런 것은 전혀 없습니다. 사실은 위 글을 읽고 생각이 나서 하딩의 공유지의 비극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작성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티스토리 문제에 대한 해법은 .. 저는 모릅니다. 다음에서 알아서 하겠지요. 알아서 하지 않는다면, 내가 할 일은 다음에 압력을 넣는 (!) 것이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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